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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이상효입니다. 멋진 분들과 피그마 한국 공식 커뮤니티 Friends of Figma Seoul 을 운영하며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어요. 오늘은 2024년 3월 15일에 열린 Figma Design / Dev Leaders Meetup에 다녀온 후기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행사 규모 & 반응
이번 행사는 피그마와 단군소프트가 한국에서 직접 공식 주최한 두 번째 밋업입니다.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행사를 기획, 오픈 약 30분 만에 100%모객을 완료했다고 하는데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청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해요. 작년 10월에 열린 첫 리더스 밋업은 200명 규모로 진행되었는데, 당시의 좋았던 반응을 토대로 2배 이상의 규모로 준비했다고 합니다.
행사 내용
피그마 APAC VP 스캇의 웰컴 세션부터 네트워킹까지 총 6개 세션으로 진행되었어요. 피그마 CEO인 딜런, Designer Advocate 인 코리, G마켓 디자이너이신 구경하님이 각각 연사로 본 세션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대부분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과정에 대한 피그마의 관점을 공유하는 자리였고, 피그마가 디자인 프로세스에만 국한되지 않고 디지털 소프트웨어 전반의 경험을 설계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어요.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실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공개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디자인 to 개발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사례를 여러 관점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 참가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좌석마다 통역기를 비치해둔 점이 인상깊었는데요. 그 덕분에 모두가 이해하기 좋은 행사가 되었던 좋았던 것 같아요.
흥미 포인트
우리가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지난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그걸 고객에게 실제 전달하려면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혹은 고려해야 하는 다양한 파생 상황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딜런은 이 과정을 6단계(아이디에이션 - 와이어프레이밍 - 디자인 - 코드 - 최종 결과물) 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디자이너와 개발자, PM은 첫 디자인 시안이 나온 후에도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핑퐁(디자인 시안을 실제 개발할 때 최소한의 오차로 개발하면서도 확장성과 에러케이스, 정책을 고려해 배포하는 과정)에 시간을 많이 쏟게 되고, 그 과정에서 최초에 설계한 것과 상당한 격차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피그마는 작년 컨피그를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인 DevMode 를 선보인 후, 다양한 조직에 데브모드를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 영향인지 이번 리더스 밋업의 테마도 디자인*개발 핸드오프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고요.
AI에 대한 이야기도 꽤 높은 비중을 차지했는데요, 기존 피그잼에 배포된 AI에 대한 소개부터, AI와 함께 디자인하는 세상에서 디자이너가 더욱 중요해질 거라는 피그마의 비전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밋업에서 새롭게 공개된 정보는 없었지만 피그잼 외에도 피그마의 제품 전반에 걸쳐 AI 관련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 공개를 앞두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피그마의 Designer Advocate인 Corey는 DevMode in Practice 라는 세션을 진행했는데요. 마치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방금 진행한 디자인 핑퐁인 것처럼 리얼한 상황으로 풀어서 보여주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어려움과 비효율을 겪고 있는지 디테일하게 알아보고 프로세스 개선 힌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이런 고민을 이해하듯 최근 피그마가 선보인 DevMode 에 대한 소개가 뒤를 이었는데요, 데브모드에서 지원하는 어노테이션 기능, 디테일한 스펙 가이드에 최적화된 기능 등을 보며 데브모드를 잘 모르는 사람도 그 장점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각자가 가장 편한 환경에서 제품 관련 개선 & 변경점을 빠르게 핑퐁할 수 있게 되었다는 데브모드의 장점을 페인포인트 기반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세션이었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점은 디자인 시안을 개발에 넘긴다는 의미로 흔히 쓰는 “디자인 핸드오프” 라는 말 대신 “디자인 핸드쉐이크” 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었어요. 핸드오프라는 단어는 디자인 시안을 공유하고 손을 털고 떠나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요, 실제로는 디자이너가 시안을 공유한 후에도 다양한 추가 문의사항과 이슈사항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적인 의문점도 함께 갖고 있어요. 데브모드는 장점이 많은 툴이지만, 개발자 1명 당 (기존에 지불하지 않았던)추가 과금을 요구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비용 대비 얼마나 많은 효용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데브모드의 어노테이션 기능은 개발자와 디자이너 간 커뮤니케이션 뿐만 아니라 여러 플로우 논의와 정책을 기록하는 용도로도 폭넓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과금하지 않은 PM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쉽고요. 다만 아직 새로운 툴이니만큼 어떻게 발전될 지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올해 6월에 열릴 피그마 컨퍼런스인 컨피그에서 더 다양한 업데이트를 공유한다고 하니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다음 세션으로는 지마켓의 구경하님이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에서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겪은 사례를 공유해 주셨어요. 지마켓 아이콘 디자인 시스템을 사내에 안착시키기 위해 디자이너와 개발자 간 프로세스를 세팅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과 결과를 알기 쉽게 전달해 주셨는데요. 더 좋은 환경이나 업무 도구의 등장 등 여러 변화의 중심 속에서도, 결국 최종적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 간의 논의, 지속적인 협의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그렇게 정해진 합의 사항을 지키기 위한 상호간의 노력이 무척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AMA 세션
본 세션이 끝난 후에는 딜런의 현장 AMA(무물보) 세션이 진행되었는데요. Slido라는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 참가자들의 다양한 질문을 확인하고 많은 득표를 받은 질문들 위주로 답변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질문과 답변 몇 가지를 떠올려 보니, 아래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1.
디자이너가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역량이 필요하냐는 조언을 구하는 질문에 → 모든 디자이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결과물을 보여주며 프로젝트를 리딩하기 때문에) 이미 리더라는 답변이 인상적이었어요.
2.
AI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 AI는 매우 중요하지만 AI의 제안사항을 거부하고 완전히 새로운 의사결정을 한다는 답변도 인상깊었는데요, 결국 중요한 것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어떤 식으로 사용자의 소리를 듣고 반영하냐는 질문에 → 유저에게 직접 보여주며 어떻게 생각해? 라는 질문을 던지고, 정성/정량적인 반응을 모두 본다고 답변했어요. 답변 과정에서 피그마에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주기에 대한 내용도 공유해 주었는데요. 기술부채를 갚는 과정에서 유저들이 아무도 모르게 몇 년 동안 작업해 배포해나간 초장기 프로젝트부터,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1주일 도 안 되어 배포되는 프로젝트까지 다양하다는 내용이었어요. 재밌었던 건 그러한 과정 중에 딜런 본인이 야심차게 진행한 토이 프로젝트도 포함되어 있었고, 실제 사용자에게 선보이며 물어보니 모두가 완전 좋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쓰지 않았던 프로젝트라 접었던 일화도 공유해 주었어요. 모두 디지털 제품을 만들어가는 곳에서 있음직한 이야기였지만, 누구의 아이디어인지와는 상관 없이 제품의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이 사용자의 반응이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답변이었어요.
Outro
세션 이후에는 다양한 IT업계 관계자분들을 만나 네트워킹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피그마 한국 커뮤니티 운영자 분들과 함께 딜런을 포함해 어디선가 제품을 만들어가는 현직자 분들과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무척 좋았습니다. 행사가 후에 모자와 금형뱃지 등 여러 귀여운 굿즈도 받을 수 있었고요. 앞으로 이러한 행사가 더욱 활발하게 열리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며 후기 글을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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