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view · 결혼식을 하나의 서비스로 디자인했습니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예식 당일만큼이나 그날까지 사람들을 초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양가 부모님께 서로를 소개하고, 오랜 친구들에게 결혼 소식을 전하고, 해외 동료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일까지. 같은 결혼 이야기라도 누구를 언제 만나는지에 따라 준비할 것이 달랐습니다.
저희는 이 과정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보고 함께 준비했어요. 웹사이트를 만들고, 청첩장 파티를 열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습니다. 예식장과 업체의 도움을 받되, 저희가 직접 결정하고 만들 수 있는 부분에는 두 사람의 취향과 초대한 분들을 위한 고민을 담으려 했어요.
Situation · 두 사람이 함께 준비하는 결혼식
전체 준비 기간은 약 4개월이었어요. 원하는 수준의 예식장을 합리적인 가격에 예약하려고 10곳이 넘는 곳을 알아봤고, 가까운 날짜에 남은 예약을 할인하는 조건도 살폈습니다. 가장 선호하는 날짜는 포기했지만 공간과 가격이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어요. 계약을 마치고 나니 본식까지 석 달 남짓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웹사이트와 관리 화면의 구현·운영, 영상 편집과 최종 렌더링을 맡았어요. 지은이는 업체의 조건과 혜택을 비교하고 예산을 챙기는 한편, 사진과 화면, 영상의 시각적 방향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습니다. 제가 먼저 만들고 지은이가 확인만 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지는 않았어요.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는 계속 함께 맞춰갔습니다.
촬영 전부터 함께 펼쳐본 FigJam
스튜디오 촬영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어요. 촬영 당일에 모든 것을 결정하기보다, 어떤 사진을 남기고 싶은지 미리 이야기해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FigJam에 레퍼런스를 모으고 두 사람의 복장 조합,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함께 보며 촬영 시나리오를 준비했어요.
촬영이 끝난 뒤에도 같은 도구를 썼습니다. 원본과 보정본을 캔버스에 펼쳐놓고 어떤 사진이 베스트 컷인지, 어느 부분을 추가로 보정할지 이야기했어요. 사진을 한 장씩 주고받는 대신 여러 후보를 함께 보면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Problem · 소식은 전하고 싶지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청첩장을 건네는 일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결혼식에 참석하며 축의금을 내는 일이 일반적이다 보니, 초대가 자칫 돈을 내달라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다고 알리지 않으면 저와 가깝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서운해할 수도 있었고요.
그래서 가능한 한 결혼 소식 자체는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직접 만나지 못하는 분께는 모바일로 전하고, 참석 여부는 각자 편하게 결정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는 청첩장을 전달하는 것 외에도 서로 안부를 나누고, 저희가 어떤 사람과 왜 결혼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관계별로 나누고 가능한 날짜를 배치해보니 100명이 넘었습니다. 석 달 안에 모두를 따로 만나기는 어려웠어요. 양가 부모님, 오랜 친구, 저희 중 한 사람만 아는 지인에게 필요한 설명도 달랐습니다. 한 가지 초대 방식으로 모두를 만나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Solution · 웹사이트, 청첩 파티, 영상
웹사이트 · 웨딩 사진이 나오기 전에 청첩장을 열었어요
모바일 청첩장은 기존 서비스부터 살펴봤어요. 하지만 URL과 화면 구성을 원하는 만큼 바꾸기 어려웠고, 참석 응답과 방명록을 두 사람이 함께 확인하며 활용하는 데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결혼식이 끝난 뒤에도 사진과 이야기를 직접 관리하며 남겨두고 싶어서 웹사이트를 만들기로 했어요.
가장 오래 고민한 건 어떤 정보를 어떤 순서로 보여줄지, 어떤 느낌으로 우리를 소개할지였어요. 날짜와 장소를 찾기 쉬우면서도 사진과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저희가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있는 청첩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시각적 방향은 지은이와 함께 논의하고, AI의 도움을 받아 제가 구현해나갔어요.
청첩장을 공유하기 시작할 때는 아직 웨딩 사진이 없었습니다. 사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예전에 함께 여행하며 찍은 프라하 스냅 사진을 메인에 올렸어요. 이후 촬영한 사진이 나오면 둘이 함께 고르고 조금씩 추가했습니다. 청첩장 모임도 사진이 모두 준비되기 전부터 시작했고요.
새로운 사진이 생긴 뒤에도 첫 화면의 프라하 사진은 바꾸지 않았어요. 여러 곳을 여행하고 함께 무언가를 해보며 시간을 보내온 저희 모습이 잘 담겨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처음에는 웨딩 사진이 없어서 고른 사진이었지만, 나중에는 저희를 잘 보여주는 사진이라서 남겼습니다.
사진 속 포즈를 바탕으로 신랑신부 일러스트를 만들고, 스크롤하면 같은 포즈의 실제 사진으로 이어지게 했어요. 아래에는 결혼식에 필요한 정보와 다른 사진들을 배치했습니다. 정식으로 촬영한 사진만 나열하기보다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보는 듯한 표현도 섞어 저희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담으려 했어요.
처음 청첩장을 여는 순간에는 음악이 함께 시작되길 바랐습니다. 다만 브라우저에서는 방문자의 클릭 없이 원하는 시점에 음악을 틀 수 없었어요. 재생 버튼을 따로 두는 방법도 있었지만, 봉투의 봉인지를 누르면 청첩장이 열리면서 음악도 나오도록 만들었습니다.
초대장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운영에 필요한 화면도 더했어요. 참석 여부와 하객 정보를 확인하는 관리 화면을 만들고, 해외 친구와 동료에게 보낼 영어 페이지를 준비했습니다.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하거나 단체 파티를 열 때도 모임에 맞는 별도 안내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갤러리는 저희가 고른 사진만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인들의 휴대폰에도 저희와 함께한 추억이 있을 테니까요. 사진과 메시지를 함께 남길 수 있게 만들어 초대받은 사람들도 기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어요. 예식이 가까워지면 찾아오는 길을 보강하는 등, 준비가 진행될수록 사이트에서 챙길 내용도 달라졌습니다. 방명록 원문 웨딩 사이트 열기
청첩 파티 · 따로 만나기 어려운 친구들을 한자리에 초대했어요
여러 그룹의 친구들을 한 번에 만나는 50명 규모의 파티를 열기로 했습니다. 개별적으로 만나는 편이 좋은 분들이나 이미 약속한 모임은 그대로 진행했어요. 파티가 모든 청첩장 모임을 대신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임마다 반복해서 받는 질문에는 슬라이드가 도움이 됐어요. 서로를 어떤 키워드로 생각하고 왜 그렇게 느끼는지, 어떻게 만났는지, 왜 결혼하기로 했는지 담았습니다. 결혼 준비가 어디까지 진행됐고 무엇이 남았는지, 결혼 후에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도 소개했어요.
같은 자료를 상견례와 작은 청첩장 모임에서도 활용했습니다. 상견례에서는 가족 구성과 각자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등 부모님이 궁금해하실 내용을 보강했어요. 작은 모임에서는 휴대폰으로 함께 보고, 직접 만나지 못한 분께는 링크를 보냈습니다.
파티에서는 와인바 전체를 빌리고 벽에 자료를 크게 띄웠어요. 기존 소개에 행사 진행 안내와 퀴즈를 더하고, 사진을 찍을 때 배경으로 쓸 포토월 슬라이드도 추가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담더라도 그 자리에서 필요한 모습으로 바꿔 쓴 셈이죠.

처음부터 낯선 사람들끼리 앉히지는 않았어요. 11개의 관계 그룹을 바탕으로 1부 좌석을 정해 평소 자주 못 보던 친구들끼리 먼저 이야기하도록 했습니다. 2부에는 자리를 섞고, 앞서 들은 저희 이야기를 퀴즈로 냈어요. 테이블별로 답을 의논하고 정답을 맞힌 테이블 모두가 선물을 받게 했습니다.
새로운 분 윤재님과 준혁님과 퀴즈 맞추는 시간도 기억에 남을거 같습니다 발췌 인용 후보 2 · 이다정 디자이너 · 2026.04.11 · 방명록 원문
지은이는 퀴즈를 더 재미있게 다듬고, 직장에서 받을 수 있는 할인 혜택을 활용해 예산 안에서 선물을 준비했어요. 현장에서도 지은이의 판단이 도움이 됐습니다. 방명록과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두었는데, 초반에는 참석자들이 결혼식장 방명록처럼 이름만 세로로 적기 시작했거든요.
지은이는 새 페이지에 직접 편한 말투로 후기를 쓰고 사진을 붙였어요. 그 뒤로는 다른 분들도 메시지와 사진을 남겨주셨습니다. 저희가 바랐던 참여 방식이 준비물만으로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고, 누군가 먼저 남긴 예시가 필요했던 거죠.
상효님만 할 수 있는 청모 스케일인거같아요 ,,, 다같이 모일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 좋았고 행복하세요!!!! 방명록 원문 전체 · 김윤재 · 2026.04.11 · 방명록 보기


영상 · 결혼을 준비하며 만난 사람들까지 담았어요
영상에는 저희가 어떻게 만나 결혼하게 됐는지 압축해서 담으려 했어요. 그런데 초대 모임을 이어가다 보니 그 과정 자체도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결혼을 계기로 지인들과 다시 만나고, 새로운 추억을 쌓고 있었거든요. 청첩장을 건네는 순간과 함께 모인 자리의 스케치도 영상에 넣었습니다.
상견례와 촬영, 청첩장 모임과 파티까지 준비 과정을 약 4분으로 편집했어요. 저는 편집과 최종 렌더링을 맡고, 지은이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완성했습니다. 앞서 만든 웹사이트와 모임이 사람들을 초대하는 데 쓰였다면, 영상에서는 그동안의 시간을 한자리에서 함께 보고 싶었어요.
결혼식 당일에는 제가 직접 마이크를 들고 영상을 소개한 뒤 상영회처럼 하객들과 함께 봤습니다. 저희를 잘 모르는 부모님의 하객분들께도 두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시간을 보내며 이날을 준비했는지 보여드리는 기회였어요.
직접 참석하지 못한 분들께는 영상 링크를 보냈습니다. 결혼 소식만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준비 과정과 결혼식 분위기도 나눌 수 있었어요.
Solution · 예식 당일, 하객이 보내는 시간
선택한 예식장은 가격이 합리적이면서 저희만의 예식을 준비하기에도 좋은 공간이었어요. 예식장 층과 하객을 맞이하는 로비층이 분리돼 있어 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기 좋았습니다. 큰 화면과 사진을 보여줄 공간, 입장 장면을 연출할 계단도 있었고요.
일찍 오거나 예식이 끝난 뒤에도 잠시 쉬며 이야기할 수 있는 카페 같은 공간이 따로 있었습니다. 웰컴 드링크를 마시며 기다릴 수 있었어요. 예식이 진행되는 시간뿐 아니라, 하객들이 도착해서 기다리고 서로 인사하는 시간도 편안했으면 했습니다.

다만 코엑스와 연결된 지하 동선은 복잡했어요. 결혼식 전에 직접 지하철역부터 걸으며 갈림길과 이정표를 촬영했습니다. 오시는 길 페이지에는 하객이 실제로 마주할 장면을 순서대로 넣고, 예식이 가까워지면 안내를 쉽게 찾도록 팝업으로도 보여줬어요.
포토부스는 별도로 준비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즐길 거리가 되고, 하객은 기념사진을 가져가고, 저희도 그 사진을 방명록에 남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많은 분이 참여해주셨지만 한 시간만 운영할 수 있어서 더 많은 분이 이용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하객이 직접 찍은 사진도 모으고 싶었어요. 방명록 작성 화면으로 바로 연결되는 QR을 현장에 두어 청첩장을 처음부터 다시 둘러보지 않아도 사진을 올릴 수 있게 했습니다.
Results · 함께 준비하고 남긴 것들
파티와 결혼식이 끝난 뒤에는 저희가 찍지 못한 장면들이 모였습니다. 웹사이트에는 청첩장 파티와 예식 당일의 사진, 지인과 함께한 오래된 추억, 축하 메시지가 남았어요. 파티 참석자들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현장을 올리고, 한 분은 유튜브 브이로그를 만들어주시기도 했습니다.
해외에 있어 직접 오지 못한 친구와 동료들도 메시지를 남겨주셨어요. 결혼식을 앞두고 글로벌 워크숍에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는 QR이 인쇄된 청첩장과 작은 선물을 건넸습니다. 모두를 예식장에서 만날 수는 없었지만, 사이트에서 준비 과정을 공유하고 축하를 받을 수 있었어요.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만난 Wen 은 사이트의 이야기와 사진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메시지와 함께 그림 네 장을 올려주셨어요. 이전에 그려둔 그림에 저희를 위한 축하의 마음을 담았다고 했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사진과 글 옆에 다른 사람이 건네는 그림도 함께 남았습니다.
돌아보면 특정한 후기 문구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이 과정을 함께 도와준 사회자분과 당일 축사를 맡아준 친구의 재치 있는 말들이에요. 저희가 준비한 사진과 영상에 그분들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두 사람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결혼식이 됐습니다.
만들어둔 것을 실제 사람들이 어떻게 쓰는지 보며 고치는 일도 여러 번 있었어요. 방명록에는 먼저 쓴 예시가 필요했고, 예식이 가까워지자 웹사이트에서는 길찾기 안내를 더 잘 보이게 해야 했습니다. 무엇을 더 만들지보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살피는 일이 중요했어요.
결혼식이 끝난 지금도 사이트는 남아 있습니다. 처음에는 소식을 알리려고 보냈던 링크를, 이제는 저희와 지인들이 함께 남긴 사진과 이야기를 다시 보려고 열어요. 준비하는 동안 만난 사람들과 그 시간을 이렇게 남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